손님이 '작업하신 거 좀 볼 수 있을까요' 묻는데 내밀 것이 회사 소개 한 장뿐이다 — 작은 회사 웹사이트 작업 사례(포트폴리오) 페이지 설계의 5가지 원칙

상담 전화의 절반은 같은 말로 끝난다. "그동안 하신 작업 좀 볼 수 있을까요?" 이때 링크 하나를 보내 손님이 10분쯤 조용히 넘겨보게 만드는 회사와, 카톡으로 사진을 스무 장 골라 보내느라 30분을 쓰는 회사의 수주율은 같을 수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은 회사 홈페이지에서 작업 사례 페이지는 '사진 창고'로 끝난다. 시공 사진 200장이 격자로 깔려 있고, 설명은 없고, 손님은 세 번쯤 스크롤하다 닫는다. 사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손님이 판단할 재료가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1. 갤러리가 아니라 '한 건 한 건의 이야기'로 쪼갠다

사진을 한 페이지에 몰아 넣으면 손님은 어디까지가 한 현장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작업 사례는 목록 페이지 하나와 사례별 상세 페이지로 나누는 것이 기본이다.

  • 목록: 대표 사진 1장 + 업종/평수/기간 같은 한 줄 요약
  • 상세: 그 현장 하나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나누면 검색에도 유리하다. '은평구 30평 카페 인테리어' 같은 구체적인 검색어는 사례 상세 페이지가 잡는다. 갤러리 한 장으로는 절대 잡히지 않는 말들이다.

2. 사진보다 먼저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를 적는다

손님은 잘 나온 사진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자기 상황과 닮은 사례를 찾으러 왔다. 그래서 사례마다 최소한 이 세 줄은 있어야 한다.

  • 어떤 상황이었나 — 오래된 상가, 좁은 주방, 예산 제한 같은 조건
  • 무엇을 어떻게 했나 — 선택한 방식과 그 이유
  • 결과는 어땠나 — 바뀐 점, 걸린 기간, 고객 반응

'예쁘게 잘 시공했습니다' 같은 문장은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천장이 낮아 상부장을 포기하고 벽면 선반으로 대체했다" 한 줄이 사진 열 장보다 강하다. 손님은 그 문장에서 이 사람은 생각을 하고 일한다를 읽는다.

3. Before / After를 같은 각도로 남긴다

결과물로 말하는 업종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형식은 여전히 전후 비교다. 다만 두 사진의 각도와 밝기가 다르면 효과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 작업 전 사진은 계약 직후 반드시 찍어 둔다 — 나중에는 절대 못 찍는다
  • 같은 자리, 같은 높이에서 촬영해 비교가 성립하게 한다
  • 세로 사진과 가로 사진을 섞지 않는다 — 모바일에서 크기가 들쭉날쭉해진다

실무에서 사례 페이지가 부실해지는 진짜 원인은 대개 촬영 습관이다. 현장이 끝나고 정리하면 이미 늦다.

4. 검색과 걸러보기를 손님 기준으로 만든다

사례가 스무 건을 넘어가면 목록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때 붙이는 필터는 우리 회사의 분류가 아니라 손님이 자기를 설명하는 말이어야 한다.

  • 업종별(카페·미용실·병원), 규모별(10평 이하·30평대), 예산대별
  • 내부 관리용 분류(공정명, 자재 코드)는 절대 노출하지 않는다
  • 필터는 3~4개면 충분하다. 많아지면 아무도 쓰지 않는다

손님이 두 번 클릭해서 '나와 비슷한 현장'에 도착하면, 그 페이지는 이미 절반쯤 상담이 끝난 상태다.

5. 사례의 끝은 반드시 '문의'로 이어 준다

사례 상세 페이지는 홈페이지에서 손님의 마음이 가장 기울어 있는 지점이다. 그런데 많은 사이트가 그 페이지 끝을 사진으로 마무리하고 손님을 그냥 놓아준다.

  • 사례 하단에 비슷한 조건으로 문의하기 버튼을 둔다
  • 가능하면 그 사례의 조건(업종·평수)이 문의 폼에 미리 채워지게 한다
  • 바로 아래에 비슷한 사례 3건을 더 보여 준다 — 체류 시간이 확실히 늘어난다

덧붙여, 고객사 상호와 사진을 공개하려면 계약 시점에 문서로 동의를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하다. 나중에 요청하면 열에 아홉은 부담스러워한다.

정리하면

작업 사례 페이지는 홈페이지에서 가장 만들기 귀찮고, 가장 늦게 채워지고, 그러면서 계약에는 가장 크게 관여하는 페이지다. 사진 200장을 한꺼번에 거는 대신 제대로 정리된 10건을 만드는 편이 언제나 낫다.

CYAN은 인테리어·공방·전문 시공처럼 결과물이 곧 영업 자료인 업종의 사이트를 자주 만든다. 그때마다 제작 초반에 드리는 부탁은 늘 같다. 다음 현장부터는 시작 전 사진을 꼭 찍어 두시라는 것. 그 습관 하나가 1년 뒤 홈페이지의 설득력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