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차 마케터 A씨가 이력서를 들고 왔습니다. 두 달 동안 일곱 곳에 지원했고 결과는 서류 0승 7패였습니다. 경력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지원한 곳도 지금 하는 일과 직무가 맞는 회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력서를 펼치자 이유가 바로 보였습니다.
이력서에 적힌 건 '해낸 일'이 아니라 '맡은 일'이었다
경력란은 이렇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 SNS 채널 운영 및 콘텐츠 기획
- 퍼포먼스 광고 집행 및 관리
- 월간 리포트 작성
틀린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문제는 같은 직무의 5년차라면 누구나 똑같이 쓸 수 있는 문장이라는 점입니다. 읽는 사람은 이 사람이 그 일을 잘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신입은 가능성으로 뽑지만 경력직은 "와서 무엇을 해낼 사람인가"로 뽑습니다. 업무 나열은 직무기술서를 옮겨 적은 것이지 본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성과 문장으로 바꾸는 세 가지 질문
A씨와 한 줄마다 세 가지를 물으며 다시 썼습니다.
- 무엇을 바꿨나 — 내가 맡기 전과 후에 달라진 것
- 얼마나 — 숫자, 없으면 기간·규모·빈도
- 어떻게 — 본인이 직접 내린 판단이나 행동 하나
고치기 전과 후
전: 퍼포먼스 광고 집행 및 관리
후: 월 광고비 2천만 원 규모 계정을 맡아, 소재 테스트 주기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바꿔 전환당 비용을 6개월간 31% 낮춤
"월간 리포트 작성"은 "대표 보고용 리포트를 12쪽에서 3쪽으로 줄이고, 다음 달 예산 조정안을 함께 올리는 형식으로 변경"이 됐습니다. 숫자가 없는 일도 '전과 후'만 있으면 성과 문장이 됩니다.
숫자가 기억나지 않을 때
가장 오래 막힌 곳입니다. A씨도 정확한 수치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지어내지 않고, 예전 보고서와 메신저, 평가 면담 자료를 뒤져 확인되는 숫자만 썼습니다. 끝내 확인이 안 되는 건 "약 30%"처럼 어림으로 적되, 면접에서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것만 남겼습니다. 설명하지 못할 숫자는 서류를 통과해도 면접에서 감점으로 돌아옵니다.
문장 다듬기는 맨 마지막에
내용을 다 채운 뒤에야 문장을 손봤습니다. 성과 문장은 길어지기 쉬워서 한 줄에 성과 하나, 두 줄 이내로 잘랐습니다. 마지막 정리는 우리가 만든 ResumeAI의 맞춤법·글정리 기능에 넣어 오타와 들쭉날쭉한 문체를 한 번에 맞췄습니다. 내용은 사람이 채우고 다듬기만 도구에 맡기는 순서를 지켜야, 남의 문장 같은 이력서가 되지 않습니다.
결과: 다음 다섯 곳 중 세 곳 통과
고친 이력서로 A씨는 다섯 곳에 다시 지원했고 세 곳에서 서류 통과 연락을 받았습니다. 경력은 한 줄도 늘지 않았습니다. 바뀐 건 "무엇을 맡았나"가 "무엇을 해냈나"로 읽히게 된 것뿐입니다. 지금 이력서 경력란에서 '운영', '관리', '담당'으로 끝나는 줄이 몇 개인지부터 세어 보세요. 그 줄들이 먼저 고칠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