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는 손님이 가격을 먼저 묻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동네 가게입니다. 임플란트 한 개에 얼마인지, 교정은 몇 년이 걸리는지 궁금해도 전화로 묻자니 흥정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망설입니다. 그래서 검색창만 여러 번 들락거리다, 아픈 이를 반년쯤 그대로 둡니다. 동네에서 12년째 자리를 지켜 온 '참솔치과'의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손댄 것도 진료 실력이 아니라 바로 이 물어보기 어려움이었습니다.
1. 첫 화면은 시술 자랑이 아니라 '오늘 갈 수 있는지'부터
기존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최신 장비 사진과 '정직한 진료'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장님이 실제로 받는 전화의 8할은 훨씬 단순했습니다. "오늘 진료해요?", "주차 되나요?", "몇 시까지 해요?"
그래서 첫 화면 맨 위에 오늘 진료 여부·마감 시간·주차 가능 여부를 한 줄로 띄웠습니다. 점심시간과 목요일 야간진료도 같은 줄에 넣었습니다. 장비 사진은 아래로 내렸습니다. 손님이 3초 안에 알고 싶은 건 장비 이름이 아니라 지금 문이 열려 있는가였습니다.
2. 비급여 진료비는 '범위'로 열어 둔다
비급여 진료비는 법적으로 게시 의무가 있는 항목이지만, 대부분 원내 게시판이나 PDF 한 장으로만 끝납니다. 참솔치과는 홈페이지에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주요 항목을 구간(예: 최소~최대)으로 공개했습니다.
- 딱 떨어지는 한 숫자 대신 범위를 쓰고, 무엇이 가격을 가르는지(재료·뼈이식 여부·개수)를 함께 적었습니다.
- "상담 후 결정"이라는 문장은 남기되, 그 앞에 왜 달라지는지를 먼저 설명했습니다.
- 표는 모바일에서 가로 스크롤이 생기지 않도록 항목별 카드 형태로 바꿨습니다.
오픈 두 달 뒤, 원장님이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문의 수가 아니라 상담의 질이었습니다. 가격을 이미 보고 온 손님은 첫 상담에서 "얼마예요?"가 아니라 "제 경우는 왜 이쪽인가요?"를 물었습니다.
3. 원장 소개는 학력 나열이 아니라 진료 기준으로
졸업 학교와 학회 이름을 줄줄이 적은 소개는 환자에게 거의 읽히지 않습니다. 대신 "이럴 때는 신경치료를 권하고, 이럴 때는 발치를 말립니다" 같은 판단 기준을 세 가지 적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격증보다 과잉진료를 안 할 것 같은 이유를 찾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4. 의료광고 규정을 설계 단계에서 함께 본다
치과 홈페이지는 의료법상 의료광고 규정의 영향을 받습니다. 시술 전후 사진, 치료 효과를 단정하는 표현, 이벤트성 가격 문구는 특히 조심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디자인을 다 만들고 나서 문구를 걷어내면 화면이 텅 비어 버립니다.
그래서 참솔치과에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자리에는 후기 대신 진료 과정 설명이 들어간다"는 식으로 칸을 잡았습니다. 규정 해석은 최종적으로 심의기관과 병원 측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 우리는 규정에 걸릴 수 있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설득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5. 예약은 '폼'이 아니라 '전화 한 번'까지 포함해서 센다
온라인 예약 폼을 붙였지만, 실제로 가장 많이 눌린 건 모바일 하단에 고정한 전화 버튼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클릭도 전환으로 집계했습니다. 폼 제출만 세면 홈페이지가 아무 일도 안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화 버튼 탭까지 넣으니 월 60건 안팎의 접촉이 홈페이지를 거쳐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숫자가 보이자 원장님은 그제야 홈페이지를 '비용'이 아니라 '창구'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이야기
치과 홈페이지에서 진짜 어려운 일은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환자가 부끄러워서 못 묻는 질문에 먼저 답해 두는 것입니다. 가격, 시간, 주차, 그리고 "과잉진료 아니겠지"라는 불안. 이 네 가지를 화면에 미리 꺼내 놓으면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표정부터 달라집니다.
CYAN은 이렇게 업종마다 다른 '손님이 망설이는 지점'을 먼저 찾고, 그 지점에서부터 화면을 설계합니다. 우리 업종에서는 손님이 어디서 멈추는지 궁금하시다면, 지금 쓰고 계신 홈페이지 주소 하나만 들고 가볍게 이야기 나눠 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