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간판을 걸고, 전단을 돌리고, 단골을 쌓아 이름 석 자를 알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회사에서 내용증명 한 통이 날아옵니다. "귀하가 사용 중인 상호는 당사가 등록한 상표이니 즉시 사용을 중단하라." 먼저 쓴 사람은 나인데, 이름의 주인은 남이 되어 있습니다. 억울하지만 우리나라 상표 제도에서는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업자 등록의 상호와 상표권은 같은 말이 아니다
많은 사장님이 사업자 등록증에 상호가 적혀 있으니 이름은 이미 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무서에 신고하는 상호와 특허청에 등록하는 상표권은 완전히 다른 제도입니다. 상호 등록은 세금과 영업을 위한 행정 절차일 뿐, 같은 이름을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을 막아 주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우리나라 상표법이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선출원주의를 따른다는 점입니다. 얼마나 오래 썼는지, 누가 먼저 장사를 시작했는지가 아니라, 특허청에 먼저 서류를 낸 사람이 이깁니다. 브랜드가 조금이라도 알려지기 시작했다면 상표 등록은 미룰수록 위험이 커집니다.
작은 회사가 브랜드를 지키는 5가지 원칙
1. 이름을 짓기 전에 먼저 검색하라
가장 값싸고 확실한 방어는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특허청이 운영하는 키프리스(KIPRIS)에서 무료로 상표를 검색해, 쓰려는 이름이 같은 업종에 이미 등록돼 있지 않은지 확인하세요. 이 단계를 건너뛰면 한참 브랜드를 키운 뒤 이름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2. 사업자 상호에 안주하지 말고 상표를 출원하라
이름이 조금이라도 알려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 초기에 상표를 출원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출원부터 등록까지 보통 1년 안팎이 걸리므로, 매출이 오르고 나서 부랴부랴 신청하면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핵심 브랜드명 하나만이라도 먼저 확보하세요.
3. 내 업종에 맞는 상품·서비스 분류로 등록하라
상표권은 모든 분야에 통째로 주어지지 않고, 지정한 상품·서비스 분류(니스 분류) 안에서만 효력을 가집니다. 카페라면 요식·음료 관련 분류를, 화장품이라면 화장품 분류를 지정해야 합니다. 내 사업과 앞으로의 확장 방향을 함께 고려해 분류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4. 도메인과 SNS 계정을 이름과 함께 선점하라
상표만 지키고 온라인 이름을 놓치면 반쪽짜리 방어입니다. 브랜드명을 정하는 즉시 도메인, 인스타그램·유튜브 아이디, 네이버 플레이스를 함께 확보하세요. 나중에 누군가 같은 이름의 계정을 선점하면 되찾는 데 훨씬 큰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5. 사용 증거를 꾸준히 남겨라
아직 상표를 등록하지 못했더라도, 이름을 실제로 쓴 기록은 힘이 됩니다. 간판·메뉴판·홍보물·거래 명세서에 브랜드명이 찍힌 자료와 날짜를 정리해 두면, 널리 알려진 상표를 보호하는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물론 이것은 최후의 보루일 뿐, 등록만큼 든든하지는 않습니다.
이름은 브랜드의 첫 번째 자산이다
홈페이지 디자인과 로고에 정성을 쏟으면서 정작 그 이름을 법적으로 지키는 일에는 무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드가 커질수록 이름의 값어치도 커지고, 그만큼 노리는 사람도 생깁니다. CYAN 에이전시는 웹사이트를 만들 때 도메인과 온라인 계정 선점부터 함께 챙겨 드립니다. 브랜드를 세우는 첫 단계에서 이름을 어떻게 지킬지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