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플랫폼에 올라온 웹사이트 제작 공고 하나에 보통 20~40명이 지원합니다. 그런데 공고를 올린 쪽은 웹 전문가가 아닙니다. 가게 사장님이거나 회사 마케팅 담당자고, 본업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휴대폰으로 지원서를 훑습니다. 한 건에 쓰는 시간은 길어야 30초입니다.
저희도 협업할 외주 인력을 찾느라 공고를 올려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받은 지원서 서른 통을 다시 보면, 떨어진 쪽이 못 하는 사람이어서 떨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30초 안에 판단할 재료를 주지 않아서 넘어간 겁니다. 아래는 그 서른 통을 놓고 실제로 무엇이 갈랐는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1. 첫 세 줄에 "당신 공고를 읽었다"는 증거를 넣는다
가장 흔한 첫 문장은 "안녕하세요, 5년 차 웹 퍼블리셔입니다"입니다. 나쁘진 않지만, 서른 통 중 스무 통이 똑같이 시작합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구분이 안 됩니다.
반면 기억에 남은 지원서의 첫 줄은 이랬습니다. "공고에 적으신 '예약 문의가 카카오톡으로만 들어온다'는 부분을 보고 연락드립니다." 공고에만 있는 표현 하나를 그대로 인용한 것뿐인데, 이 한 줄이 복사해서 서른 군데 돌린 글이 아니라는 증거가 됩니다. 실력 자랑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2. 포트폴리오 링크 열 개보다 비슷한 사례 한 개
링크를 열 개 붙이면 성실해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안 열립니다. 전부 여는 데 10분이 걸리고, 클라이언트에게는 그 10분이 없습니다.
대신 공고와 가장 비슷한 사례 한 개만 고르고, 링크 옆에 두 줄을 붙이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예약형 업종이라 문의 폼을 3칸으로 줄였고, 오픈 후 두 달간 문의가 주당 4건에서 11건으로 늘었습니다." 나머지는 "전체 작업물은 여기" 한 줄로 묶어 두면 충분합니다. 궁금한 사람은 알아서 들어갑니다.
3. 금액은 숫자로, 대신 범위와 조건을 같이 쓴다
"협의 후 결정하겠습니다"라고 쓴 지원서는 대부분 그 자리에서 밀립니다. 클라이언트가 예산 안에 드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 판단을 미루는 대신 그냥 다음 사람을 봅니다.
금액을 못 박는 게 무섭다면 범위와 기준을 같이 적으면 됩니다. "페이지 5개 기준 180만 원, 쇼핑 기능이 들어가면 별도 산정" 식입니다. 저희 경험으로는 범위를 명시한 견적이 협의 단계에서 깎이는 폭이 더 작았습니다. 근거가 붙어 있으면 흥정이 아니라 조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4. 기간은 "빠르게"가 아니라 날짜로
"최대한 빨리 작업해 드리겠습니다"는 아무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클라이언트가 궁금한 건 속도가 아니라 언제 오픈할 수 있느냐입니다.
"원고를 다음 주 월요일까지 주시면 3주 뒤 금요일 오픈 가능합니다. 원고가 늦어지면 그만큼 밀립니다." 이렇게 쓰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해결됩니다. 클라이언트는 일정을 잡을 수 있고, 지원자는 원고 지연으로 일정이 무너지는 상황을 미리 방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주에서 일정이 깨지는 가장 큰 원인은 개발이 아니라 원고입니다.
5. 보낸 뒤 3일, 딱 한 번만 짧게 확인한다
답이 없다고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장님들은 지원서를 읽고 "나중에 봐야지" 하고 덮어 둡니다. 3일쯤 뒤에 "혹시 추가로 궁금하신 점 있으실까 해서 남깁니다" 정도의 두 줄짜리 메시지 하나는, 무례하기보다 대개 고맙게 읽힙니다.
다만 한 번입니다. 두 번째부터는 인상이 반대로 뒤집힙니다. 그리고 그 한 번에도 답이 없으면 그 건은 접고 다음 공고로 넘어가는 편이 시간을 덜 씁니다.
결국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순서다
다섯 가지를 관통하는 건 하나입니다. 지원서를 내가 하고 싶은 말 순서가 아니라 상대가 궁금한 순서로 다시 배열하는 것. 클라이언트가 궁금한 건 ① 내 문제를 이해했나 ② 비슷한 걸 해 봤나 ③ 얼마고 ④ 언제 되나, 이 넷이고 순서도 대개 이 순서입니다. 경력 연차와 사용 가능 기술 목록은 그 뒤에 와도 됩니다.
이 배열을 혼자 계속 고쳐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판단이 안 서는데, 저희가 만든 ResumeAI에는 채용공고 URL을 넣으면 핵심 역량과 우대사항 키워드를 뽑아 주는 기능과, 써 둔 글을 분석해 개선점을 짚어 주는 첨삭 기능이 있습니다. 원래는 취업용 자기소개서를 위해 만든 도구지만, 공고에서 키워드를 뽑아 내 문장에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외주 제안서를 다듬을 때도 그대로 쓸 만합니다.
혹시 반대로 사람을 구하는 쪽이라 좋은 지원자를 놓치지 않을 공고와 홈페이지가 필요하시다면, CYAN 에이전시로 편하게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