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의 작업장 한쪽에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대오리가 색깔별로 다발져 걸려 있었다. 4대째 채상(彩箱)을 엮는 장인은 그중 붉은 한 가닥을 들어 햇빛에 비추며 말했다. "대나무는 쪼갤수록 결을 따라 곧게 갈라집니다. 그 결을 거스르면 끊어지고, 따르면 한없이 가늘어져요." 담양 채상 공방 댓결(竹結)의 사이트는 그 '결'이라는 한 글자에서 출발했다.
채상의 '결'을 화면의 격자로 옮겼다
채상은 가로 대오리와 세로 대오리가 직각으로 엇갈리며 한 칸 한 칸 쌓여 무늬가 된다. 사이트의 뼈대도 그 짜임을 그대로 빌렸다. 작품을 일정한 격자 위에 가지런히 올리고, 칸과 칸 사이 간격을 대오리 사이의 틈만큼 규칙적으로 맞췄다. 화면을 줄여도 격자가 흐트러지지 않고 칸 수만 줄어들도록 짜서, 휴대폰에서도 엮인 무늬처럼 정연하게 보이게 했다. 장인은 "대오리가 어긋나면 상자가 비뚤어지는데, 화면 칸도 똑같이 줄을 맞춰야 보기 좋네요"라고 했다.
색은 대나무를 물들인 천연 염료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채상의 빛깔은 인쇄용 색이 아니라 치자·쪽·꼭두서니로 대오리를 물들여 얻은 색이다. 화면의 색도 공방의 실제 작품에서 직접 뽑아냈다.
- 배경: 옅은 대껍질색 — 갓 쪼갠 대오리의 맑은 미색을 바탕에 깔았다.
- 본문: 짙은 먹대색 — 오래 묵어 윤이 도는 대나무의 갈흑색을 글자 색으로 썼다.
- 강조: 꼭두서니 다홍 — 채상 무늬의 한가운데를 잡아주는 붉은 띠 색을 버튼과 링크에만 아껴 썼다.
사진은 매끈함이 아니라 엮인 결의 요철을 담아야 했다
처음 받은 제품 사진은 무늬가 또렷했지만 평평했다. 그런데 채상의 매력은 거기에 없었다. 대오리가 위아래로 엇걸리며 생긴 미세한 요철, 빛이 닿는 면과 그늘진 면이 만드는 무늬의 깊이. 그 '도드라짐'이 인쇄 무늬와 손으로 엮은 채상을 가르는 증거였다. 결국 비스듬한 측광으로 다시 찍어 대오리 한 올 한 올의 그림자를 살렸다. 첫 화면 채상 사진에서는 손끝으로 눌러 엮은 자국이 그대로 보인다. 사진을 본 손님이 "이건 찍어낸 무늬가 아니라 사람이 엮은 거구나 싶었다"고 남긴 말이 가장 큰 칭찬이었다.
판매보다 '엮이는 과정'을 먼저 보여줬다
장인이 가장 답답해한 것은 손님들이 채상을 그저 무늬 예쁜 바구니로만 여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상품 목록보다 '한 칸이 어떻게 엮이는지'를 첫 화면 가까이에 두었다. 대를 쪼개 결을 고르는 일, 염료에 담갔다 말리는 일, 가로세로를 엇걸어 무늬를 잡는 일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풀었다. 작은 함 하나에 보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안 손님들이 "값이 왜 이런지 이제 알겠다"며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사이트를 연 첫 달, 문의의 절반이 검색으로 처음 찾아온 손님이었고 그중 다수가 제작 과정 페이지를 먼저 읽고 들어왔다.
대오리 한 올이 결을 따라 천 번 엮여 빛과 색을 품은 한 점이 되듯, 흩어져 있던 공방의 손길도 한 장의 화면 안에서 비로소 한 무늬로 짜인다.
전통 공방의 사이트는 다르게 출발한다
전통 공방의 사이트는 템플릿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장인의 손끝에서 색과 결을 받아 적는 일에 가깝다. CYAN은 한지, 한산모시, 방짜유기, 나전칠기, 화문석, 전통 매듭, 옹기에 이어 담양 채상까지 한국 전통 공방의 브랜드 사이트를 함께 만들어 왔다. 공방의 결을 화면으로 옮길 계획이 있다면, 첫 미팅은 대오리 다발이 걸린 작업장 앞에서 시작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