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참기름 주문 전화가 온종일 울리는데, 사장님은 기름을 짜느라 그 절반을 놓친다 — 동네 방앗간 '고소한하루' 홈페이지 제작기

명절이면 참기름 주문 전화가 온종일 울리는데, 사장님은 기름을 짜느라 그 절반을 놓친다 — 동네 방앗간 '고소한하루' 홈페이지 제작기
동네 방앗간 홈페이지 제작기 대표 이미지

추석을 열흘 앞둔 방앗간은 전쟁터였다. 착유기가 쉴 새 없이 돌아 고소한 냄새가 골목까지 퍼지는데, 카운터 위 전화기는 그보다 더 바쁘게 울렸다. 사장님은 뜨거운 참기름을 병에 담다 말고 수화기를 들고, 주문을 받아 적을 종이도 없이 "몇 병이요?"를 되묻는다. 그러다 끊긴 전화 너머의 손님은 다시 걸지 않는다.

전화로만 도는 주문, 명절엔 절반이 허공으로

30년 된 이 방앗간의 단골은 대부분 어르신이다. 참기름 한 병, 들기름 두 병을 전화로 주문하고 직접 찾으러 온다. 문제는 명절이었다. 평소 하루 열 통이던 주문 전화가 추석·설이면 하루 수십 통으로 몰리는데, 정작 사장님은 기름을 짜느라 손이 묶여 있다. 통화 중 신호에 막힌 주문, 받아 적다 놓친 수량, 예약해 놓고 잊힌 손님까지 — 가장 바쁜 대목에 가장 많은 주문이 새어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젊은 손님은 아예 접점이 없었다. "요즘도 방앗간에서 직접 기름을 짜나?"를 모르는 세대에게, 전화번호 하나만 붙은 낡은 간판은 존재하지 않는 가게였다.

우리가 함께 바꾼 세 가지

1. 착유 과정을 ‘보이게’ 만든 신뢰

대형마트 기름과 방앗간 기름의 차이는 과정에 있다. 국산 참깨를 언제 볶고 어떻게 짜는지, 방부제나 혼합유 없이 그날 짠 기름만 판다는 사실을 손님은 눈으로 볼 길이 없었다. 우리는 원산지·볶음 온도·착유 날짜를 사진과 함께 정리한 소개 페이지를 만들었다. "왜 이 집 기름이 더 비싼가"에 대한 답을, 가게가 스스로 설명하게 한 것이다.

2. 전화 대신 남는 주문 — 간단한 주문·예약 폼

어르신도 부담 없이 쓰도록, 품목과 수량·받는 날짜·연락처만 고르면 끝나는 3단계 주문 폼을 붙였다. 접수된 주문은 사장님 휴대폰으로 문자 알림이 가고, 관리자 화면에 목록으로 쌓인다. 통화 중에 놓칠 일도, 받아 적다 틀릴 일도 없다. 전화 주문을 없앤 게 아니라, 전화로 놓치던 것을 기록으로 남게 한 것이다.

3. 명절 선물세트를 앞세운 첫 화면

가장 매출이 큰 명절 선물세트를,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첫 화면에 배치했다. 참기름·들기름 구성과 가격, 예약 마감일을 한눈에 정리하니 "선물로도 되나요?"라는 반복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결과: 놓치던 주문이 기록으로 남았다

홈페이지를 연 첫 명절, 사장님이 가장 놀란 건 매출보다 새벽에 들어온 주문이었다. 가게 문이 닫힌 밤 열한 시, 낮에는 전화하기 어려웠던 직장인 손님이 선물세트를 예약해 두고 갔다. 전화라면 결코 닿지 못했을 주문이다. 명절 내내 통화 중 신호로 사라지던 손님들이, 이제는 목록 위에 이름으로 남는다.

작은 가게일수록, 전화 한 통을 놓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방앗간처럼 오래된 가게의 홈페이지는 화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한 건 바쁜 대목에 새어 나가는 주문을 붙드는 구조 하나입니다. CYAN은 업종의 결을 먼저 읽고, 그 가게가 정말 놓치고 있던 한 가지를 웹으로 옮겨 드립니다. 전화기만으로 버텨 온 가게라면, 잃고 있는 주문이 생각보다 많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