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작업대에 진홍빛 매듭 하나를 내려놓고는, 그 끝을 잡아 천천히 당기기 시작했다. 국화 모양이 스르르 풀리더니 매듭은 어느새 한 오라기 실로 돌아가 있었다. "매듭은 끊긴 데가 없습니다. 시작도 끝도 한 줄이에요." 전통 매듭 공방 실결(絲結)의 사이트는 그 한 가닥 실에서 시작됐다.
한 줄로 이어졌다는 성질을 화면에 새기다
매듭의 본질은 끊기지 않은 하나의 끈이 접히고 조여져 무늬가 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이 성질을 사이트의 뼈대로 삼았다. 첫 화면부터 마지막 문의 폼까지, 페이지를 관통하는 가느다란 실 한 가닥을 SVG 선으로 그려 스크롤을 내릴수록 그 선이 감기고 맺혔다 다시 풀리게 했다. 방문자는 자기도 모르게 실 한 오라기를 따라 공방을 걷게 된다.
앞과 뒤가 똑같다는 것
전통 매듭은 앞뒤 구별이 없다. 어느 쪽에서 보아도 같은 무늬가 완성되어야 제대로 맺힌 매듭이다. 이 대칭을 사이트의 규칙으로 옮겼다.
- 작품 카드를 뒤집으면 뒷면에도 같은 무늬가 나타나도록 해, 손님이 직접 앞뒤를 확인하게 했다.
- 레이아웃의 좌우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아, 매듭 특유의 정갈한 대칭이 화면 전체에서 느껴지게 했다.
- 색은 명주실 그대로, 쪽빛·치자빛·홍화빛 천연 염색 색만 골라 화면의 팔레트로 삼았다.
맺히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곧 설명이었다
완성된 매듭 사진만으로는 그 손품이 전해지지 않았다. 도래매듭, 생쪽매듭, 국화매듭이 한 단계씩 조여지는 과정을 짧은 장면으로 나눠, 손님이 넘길 때마다 한 매듭이 눈앞에서 맺히도록 했다. 완성품이 아니라 맺히는 시간을 파는 일, 그것이 이 공방의 진짜 상품이었다.
한 가닥 실이 접히고 조여져 꽃이 되듯, 흩어져 있던 공방의 나날도 한 줄의 화면 위에서 비로소 하나로 맺힌다.
전통 공방의 사이트는 재료의 성질을 옮기는 일이다
전통 공방의 브랜드 사이트는 예쁜 템플릿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재료의 성질을 화면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이어진 것은 이어진 대로, 대칭인 것은 대칭으로 두어야 그 결이 산다. CYAN은 화각·방짜유기·나전칠기·옹기·소반·한산모시에 이어 전통 매듭까지, 한국 공방의 손끝을 화면으로 옮겨 왔다. 당신 손끝의 결을 웹으로 옮길 생각이 있다면, 첫 미팅은 그 재료를 한 번 풀어 보는 것에서 시작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