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면 손님이 뚝 끊기는 공방이 있었다. 3대째 모시풀을 째고 이어 베틀에 앉는 곳인데, 정작 '한산모시 어디서 맞춰요'라는 검색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옷감을 짤 줄은 알아도, 그 서늘한 감촉을 화면으로 옮기는 일은 또 다른 손의 몫이었다.
의뢰 — 여름 한 철에만 팔리고, 나머지 계절엔 잊혔다
의뢰인은 모시풀 껍질을 벗겨 손톱으로 째고, 침으로 한 올씩 이어 무릎에 비벼 실을 잇는다. 날실을 걸고 풀을 먹여 베틀에 앉기까지 꼬박 몇 달이 걸린다. 한산 장이 서면 단골이 찾아왔지만, 거래는 늘 여름과 입소문에 매여 있었다. "겨울엔 우리 집이 있는 줄도 모른다"는 한마디가 이번 일의 출발점이었다.
우리가 받은 숙제는 분명했다. 모시의 서늘하고 성근 결을 화면에서도 느끼게 할 것, 그리고 계절과 상관없이 검색하는 손님이 반드시 닿게 할 것. 두 가지였다.
'바람결' — 째지고 이어져 한 필의 바람이 되는 실
브랜드 이름부터 새로 지었다. 모시는 잠자리 날개처럼 얇고 성겨, 여름 바람이 그 올 사이로 통한다. 그 서늘한 결을 담아 바람결(苧結)이라 이름했다. 苧는 모시풀을 뜻하는 한자다.
디자인은 옷감 자체에게 말을 시켰다.
- 여백을 바람으로 — 화면의 빈 곳을 색으로 채우는 대신 넉넉히 비워, 스크롤 내내 성근 모시 사이로 바람이 지나는 여백을 남겼다.
- 빛을 통과시키는 사진 — 모시는 빛이 비쳐 올이 드러날 때 가장 곱다. 역광으로 결을 세운 사진을 메인에 두어, 설명 없이도 얇기와 시원함이 먼저 닿게 했다.
- 한 올씩 따라오는 공정 — 째기·삼기·날기·짜기를 한 화면에 한 장면씩 풀어, 손님이 손끝의 수고를 천천히 따라오게 했다.
제작 — 보이는 화면 아래 심은 것들
고운 화면만으로는 검색에 잡히지 않는다. 눈에 안 보이는 토대를 함께 깔았다.
- '한산모시', '전통 모시 한복', '모시 공방' 같은 실제 검색어를 페이지 제목과 본문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 검색엔진이 '공방'임을 알아보도록 구조화 데이터를 심어, 상호·위치·연락처가 검색 결과에 함께 뜨게 했다.
- 한복과 소재를 찾는 이들이 주로 휴대폰으로 본다는 점을 고려해 모바일 화면을 먼저 설계하고, 무거운 사진은 가볍게 최적화해 빠르게 떴다.
- 하단에 간결한 문의 폼을 두어, 마음이 동한 그 자리에서 바로 맞춤을 물을 수 있게 했다.
결과 — 여름 장에만 열리던 가게가, 사철 문을 열다
오픈 석 달 만에 '한산모시' 검색에서 첫 페이지에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전에 없던 일이 생겼다. 한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처음 보는 손님의 맞춤 문의가 폼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대의상과 전통혼례를 준비하는 이들의 연락이 겨울에도 닿았다. 의뢰인은 "장날만 기다리던 가게가, 이제 사철 손님을 맞는다"고 했다.
전통을 다루는 작은 공방일수록 화면 너머의 첫인상이 거래의 문을 연다. 실의 결을 화면의 결로 옮기는 일, CYAN은 그 손맛을 가진 작업을 한다. 오래 잘 지어 온 것을, 계절과 검색에 매이지 않고 손님에게 제대로 닿게 하는 일까지가 우리의 몫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