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의 작업장은 한여름인데도 창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베틀 앞에 앉은 장인은 잿물에 담갔던 모시 한 줄기를 입에 물고 잇새로 가늘게 쪼개며 말했다. "모시는 더울수록, 손에 땀이 돌수록 잘 짜집니다. 건조하면 올이 툭툭 끊어져요." 한산모시 공방 바람결(苧結)의 사이트는 그 '바람'이라는 한 글자에서 출발했다.
모시의 '비침'을 화면의 투명함으로 옮겼다
한산모시의 진가는 빛에 비춰 봐야 안다.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쪼갠 올을 짜낸 천은 너머가 어렴풋이 비치는 한여름의 옷감이다. 사이트도 빈 화면을 꽉 채우는 대신 흰 여백과 옅은 반투명 층을 겹쳐 빛이 지나가는 듯한 화면을 만들었다. 작품 사진 위로 글이 떠오를 때도 불투명한 상자로 덮지 않고, 천을 한 겹 덧댄 것처럼 은은하게 비치도록 했다. 장인은 "모시는 한 겹 걸칠 때보다 두 겹 겹쳤을 때 결이 보이는데, 화면도 그러네요"라고 했다.
색은 생모시와 쪽빛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모시의 빛깔은 물들이기 전 풀의 색과 쪽빛 염료가 만든 색이다. 화면의 색도 공방의 천에서 직접 추출했다.
- 배경: 생모시색 — 표백하지 않은 모시 본연의 누런 미색을 바탕에 깔았다.
- 본문: 짙은 쪽빛 — 여러 번 담가 우린 남색을 글자 색으로 써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 강조: 맑은 옥색 — 한낮 빛이 모시를 통과할 때의 푸른 기운을 버튼과 링크에만 아껴 썼다.
사진은 매끈함이 아니라 '올의 짜임'이 보여야 했다
처음 받은 제품 사진은 천을 평평하게 펴 흠 없이 찍은 것이었다. 그런데 모시의 매력은 거기에 없었다. 한 올 한 올이 만든 격자무늬, 빛이 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반투명한 결. 그 짜임이 기계 직물과 손으로 짠 모시를 가르는 증거였다. 결국 천 뒤에서 빛을 비추는 역광으로 다시 찍어 올의 그물 같은 짜임을 살렸다. 사진을 본 한 손님이 "이게 한 올씩 손으로 짠 거구나 싶어 값이 이해됐다"고 남긴 말이 가장 큰 칭찬이었다.
판매보다 '계절의 쓰임'을 먼저 보여줬다
장인이 답답해한 것은 손님들이 모시를 박물관 유물처럼만 여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상품 목록보다 '여름을 나는 법'을 첫 화면 가까이에 두었다. 모시 적삼은 어떻게 입어야 시원한지, 구김이 가는 모시를 어떻게 손질하고 보관하는지, 땀이 밴 모시를 어떻게 빠는지를 짧은 글과 사진으로 풀었다. 그 페이지를 본 손님들이 "이제 입을 줄 알겠다"며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사이트를 연 첫 달, 문의의 절반이 검색으로 처음 찾아온 손님이었다.
모시풀 한 줄기가 잇새에서 천 번 갈라져 한여름의 바람이 되듯, 흩어져 있던 공방의 손길도 한 장의 화면 안에서 비로소 바람처럼 통한다.
전통 공방의 사이트는 다르게 출발한다
전통 공방의 사이트는 템플릿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장인의 손끝에서 색과 결을 받아 적는 일에 가깝다. CYAN은 방짜유기, 나전칠기, 화문석, 전통 매듭, 옹기에 이어 한산모시까지 한국 전통 공방의 브랜드 사이트를 함께 만들어 왔다. 공방의 결을 화면으로 옮길 계획이 있다면, 첫 미팅은 베틀 앞 빛이 드는 자리에서 시작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