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는 공장을 보러 오기 전에 웹사이트부터 연다 — 수출 정밀가공 업체 '한결정밀' 영문 사이트 제작기

공방 브랜드가 아닌 작업 이야기를 오랜만에 씁니다. 이번 클라이언트는 경기 남부에서 20년 넘게 정밀가공을 해 온 한결정밀이었습니다. 국내 대기업 1차 협력사로만 일해 오다, 국제 부품 전시회에 처음 부스를 냈고 그 자리에서 사장님이 같은 질문을 열두 번 들었다고 합니다. Do you have an English website?

번역이 아니라 다시 짓는 일이었다

처음 요청은 간단했습니다. 기존 한글 사이트를 영어로 번역해 달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원문을 뜯어보니 번역할 수 있는 문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국내 사이트의 첫 화면은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신뢰의 기업이라는 문장과 공장 전경 사진이었습니다. 해외 바이어에게 이 문장은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합니다.

해외 바이어는 감성을 읽으러 오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내 도면을 소화할 수 있는가를 3분 안에 판단하러 옵니다. 그래서 첫 화면 문장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알루미늄·스테인리스 정밀 CNC 가공, 공차 ±0.005mm, 시제품 5일 · 양산 대응. 감동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바이어가 첫 화면에서 찾는 세 가지

기존 거래 바이어 두 곳에 짧게 물어보고 얻은 답은 명확했습니다.

  • 가공 범위 — 어떤 소재를, 어떤 장비로, 어느 크기까지
  • 품질 근거 — 보유 인증, 검사 장비, 공차 실적
  • 응답 속도 — 견적 요청에 며칠 만에 답이 오는가

세 가지 모두 회사가 이미 갖고 있던 정보였습니다. 다만 사내 견적 담당자의 머릿속과 엑셀 파일에만 있었을 뿐이죠. 사이트 제작에서 가장 오래 걸린 작업은 디자인이 아니라, 이 정보를 문서로 끄집어내는 일이었습니다.

스펙은 사진이 아니라 표로 놓았다

제조업 사이트는 공장 사진을 크게 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검색되지 않고, 비교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유 장비를 모델명·가공 범위·수량이 들어간 표로 정리했습니다. 바이어가 사양서를 그대로 복사해 사내 검토 메일에 붙일 수 있도록요. 이 표 하나가 이후 문의 메일의 질을 바꿨습니다.

문의 폼은 시차를 견뎌야 한다

해외 문의는 대부분 한국 시간 새벽에 들어옵니다. 사장님이 아침에 확인하면 이미 반나절이 지나 있죠. 그래서 세 가지를 붙였습니다.

  • 도면 파일(STEP·PDF) 업로드를 폼에서 바로 받도록
  • 문의 접수 즉시 영문 자동 회신 — 영업일 기준 회신 시점을 명시
  • 담당자 휴대폰과 사내 메일 두 곳으로 동시 알림

자동 회신 한 통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바이어 입장에서는 메일이 도착했는지조차 모르는 24시간을 없애 줍니다.

오픈 넉 달, 달라진 것

월 방문자는 여전히 300명대입니다. 소비재 사이트라면 초라한 숫자죠. 하지만 그중 도면을 첨부한 견적 문의가 월 4~7건 들어오고, 그 절반이 실제 견적서 발행까지 갑니다. 사장님은 전시회 부스 비용보다 사이트 제작비가 쌌다고 하시더군요.

수출을 준비하는 제조업 사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영문 사이트는 번역 비용이 아니라 영업 자료 정리 비용입니다. 우리 회사가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숫자로 적어 두는 순간, 사이트는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CYAN은 이렇게 업종의 언어부터 함께 정리하는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만듭니다. 예쁜 화면보다 고객이 판단에 쓰는 정보가 먼저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