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 자리는 사흘이면 차는데, 그 소식을 아는 학부모는 스무 명뿐이었다 — 정수(正數)수학학원 홈페이지 제작기

정수수학학원 원장님이 처음 보내온 메시지는 짧았습니다. "블로그도 쓰고 전단도 돌리는데, 설명회 신청은 늘 아는 분들만 하세요." 실제로 학기 초 설명회는 사흘이면 마감됐습니다. 다만 그 소식을 아는 학부모가 스무 명 남짓이었을 뿐입니다. 문제는 홍보량이 아니라, 관심이 생긴 학부모가 확인할 곳이 없다는 데 있었습니다.

학부모가 전화로 묻는 질문은 늘 같은 세 가지였다

제작에 들어가기 전, 원장님께 최근 상담 통화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스무 건 남짓을 모아 보니 질문이 놀랄 만큼 겹쳤습니다. 한 반에 몇 명인지, 우리 아이 학교 진도와 맞는지, 결석하면 보강이 되는지. 세 가지가 전체 질문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존 홈페이지에는 이 세 가지가 한 줄도 없었습니다. 대신 '체계적인 커리큘럼', '검증된 강사진' 같은 문장이 첫 화면을 채우고 있었죠. 학부모가 궁금한 것과 사이트가 말하는 것이 전혀 겹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세 질문을 그대로 메뉴 이름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학원 사이트의 진짜 방문 시간은 밤 10시 이후였다

기존 사이트에 남아 있던 방문 기록을 보니, 접속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는 밤 10시에서 자정 사이였고 열에 아홉이 휴대폰이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학원을 알아보는 시간이 생기는 겁니다.

이 한 줄의 사실이 설계를 바꿨습니다. 그 시간에는 전화를 걸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면 아래에 항상 붙어 있는 버튼을 '전화 상담'이 아니라 '상담 신청 남기기'로 두고, 전화는 두 번째 자리로 내렸습니다. 밤에 마음이 움직인 학부모가 아침까지 그 마음을 유지할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됩니다.

성적 자랑 대신 수업이 굴러가는 방식을 보여줬다

학원 사이트는 대개 합격 실적과 성적 향상 그래프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원장님이 실제로 자신 있어 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오답 노트를 매주 걷어 확인하고, 결석하면 다음 주 안에 보강 시간을 잡고, 시험 2주 전에는 학교별로 반을 나눕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이렇게 짰습니다.

  • 한 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 요일별 수업·과제·점검 흐름을 표가 아니라 문장으로
  • 결석했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 — 보강 신청부터 진도 따라잡기까지
  • 반 편성 기준 — 학교와 진도에 따라 어떻게 나뉘는지
  • 강사가 학부모에게 연락하는 주기 — 언제, 무엇을 알려주는지

실적 페이지는 만들되 가장 아래로 내렸습니다. 학부모는 남의 아이 성적보다 내 아이가 이 학원에서 어떻게 다뤄질지를 먼저 알고 싶어 하니까요.

상담 신청을 전화에서 폼으로 옮기자 정원이 먼저 찼다

상담 폼은 딱 네 칸으로 줄였습니다. 학생 학년, 다니는 학교, 연락처, 그리고 '가장 고민되는 점' 한 줄. 이름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통화하면서 물어볼 수 있는 정보를 미리 받아 낼 이유가 없었습니다.

대신 신청이 들어오면 원장님 휴대폰으로 즉시 알림이 가도록 연결했습니다. 밤 11시에 들어온 신청을 다음 날 아침 9시에 확인하고 바로 답할 수 있게 된 것이 실질적인 변화였습니다. 설명회도 별도 페이지로 만들어 남은 자리 수를 직접 수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6주 뒤에 남은 것

오픈 두 달째, 설명회 신청은 기존의 스무 명 선에서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더 의미 있었던 변화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원장님 말로는 상담 통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반 인원과 보강 규정을 이미 읽고 전화하는 학부모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통화는 설득이 아니라 확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작은 학원의 홈페이지는 화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학부모가 밤에 궁금해하는 것을 밤에 답해 주면 됩니다. CYAN은 이렇게 업종마다 다른 '고객이 진짜 묻는 질문'에서부터 사이트를 설계합니다. 우리 업종에서는 무엇부터 보여줘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지금 받고 계신 문의 전화 스무 통을 적어 보는 것에서 시작해 보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