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한 덩이가 불 속에서 천 개의 숨구멍을 얻어 장을 익힌다 — 숨결(甕結) 옹기 공방 브랜드 사이트 제작기

의뢰인의 작업장에는 키 높이의 항아리가 줄지어 햇볕을 쬐고 있었다. 3대째 옹기를 빚는 장인은 그중 하나에 귀를 대보라며 말했다. "유약을 안 발라도 그릇이 숨을 쉽니다. 그 숨으로 장이 익는 거예요." 옹기 공방 숨결(甕結)의 사이트는 그 '숨'이라는 한 글자에서 출발했다.

옹기의 '숨'을 화면의 여백으로 옮겼다

옹기가 숨을 쉬는 이유는 고운 흙이 아니라 모래 알갱이가 섞인 거친 흙을 쓰기 때문이다. 그 틈이 곧 숨구멍이다. 사이트도 빈틈없이 채우지 않기로 했다. 사진과 글 사이에 넉넉한 여백을 두어 화면이 숨을 쉬게 했다. 작품을 빽빽이 늘어놓는 대신 한 화면에 항아리 하나만 크게 두고, 스크롤을 내려야 다음 작품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도록 했다. 장인은 "그릇 사이가 떠 있어야 바람이 도는데, 화면도 똑같네요"라고 했다.

색은 잿물과 흙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옹기의 빛깔은 인공 색소가 아니라 가마 안 불길과 잿물이 만든 색이다. 화면의 색도 공방의 그릇에서 직접 추출했다.

  • 배경: 황토색 — 초벌하기 전 마른 흙의 따뜻한 미색을 바탕에 깔았다.
  • 본문: 고동색 — 잿물이 흘러내린 옹기 표면의 짙은 갈흑색을 글자 색으로 썼다.
  • 강조: 불그스름한 적갈색 — 가마 불이 가장 세게 닿은 자리의 색을 버튼과 링크에만 아껴 썼다.

사진은 매끈함이 아니라 손맛과 불맛을 담아야 했다

처음 받은 제품 사진은 흠 하나 없이 매끈했다. 그런데 옹기의 매력은 거기에 없었다. 손가락으로 흙을 밀어 올린 자국, 불길이 한쪽만 그을린 흔적, 잿물이 제멋대로 흘러내린 자리. 그 '불균질함'이 공장 그릇과 옹기를 가르는 증거였다. 결국 측광으로 다시 찍어 그릇 표면의 굴곡과 그림자를 살렸다. 첫 화면에 둔 항아리 사진에서는 손자국이 그대로 보인다. 사진을 본 단골 손님이 "이게 진짜 손으로 빚은 거구나 싶어 믿음이 갔다"고 남긴 말이 가장 큰 칭찬이었다.

판매보다 '쓰임'을 먼저 보여줬다

장인이 가장 답답해한 것은 손님들이 옹기를 장식품으로만 여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상품 목록보다 '옹기 쓰는 법'을 첫 화면 가까이에 두었다. 김치 항아리는 어느 크기를 골라야 하는지, 새 옹기는 어떻게 길들이는지, 곰팡이가 슬면 어떻게 닦는지를 짧은 글과 사진으로 풀었다. 그 페이지를 본 손님들이 "이제 쓸 줄 알겠다"며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사이트를 연 첫 달, 문의의 절반이 검색으로 처음 찾아온 손님이었고 그중 다수가 쓰임 안내 페이지를 먼저 읽고 들어왔다.

흙과 불이 만나 천 개의 숨구멍을 얻듯, 흩어져 있던 공방의 손맛도 한 장의 화면 안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

전통 공방의 사이트는 다르게 출발한다

전통 공방의 사이트는 템플릿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장인의 손끝에서 색과 결을 받아 적는 일에 가깝다. CYAN은 한지, 소목, 방짜유기, 나전, 갓, 조각보에 이어 옹기까지 한국 전통 공방의 브랜드 사이트를 함께 만들어 왔다. 공방의 숨결을 화면으로 옮길 계획이 있다면, 첫 미팅은 작업장 항아리 앞에서 시작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