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에서 3대째 작은 다원을 지키고 있는 사장님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젊은 손님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이 한 줄에서 다래(茶來) 브랜드 사이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차는 우리 일상에서 점점 멀어진 음료가 되었지만, 사장님의 다원에는 여전히 새벽이슬을 맞으며 잎을 따는 손이 있고, 첫물차가 햇살에 반응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차는 향기인데 화면은 시각이다
차 브랜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명확합니다. 핵심 가치인 '향'과 '맛'은 화면 너머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예쁜 사진을 나열하면 인스타그램과 다를 바 없는 사이트가 되고, 정보를 빼곡히 담으면 도서관 페이지가 됩니다. 다래 사이트의 첫 번째 결정은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하는' 페이지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빈 공간이 향이 되는 사이트
컬러 시스템은 보성 안개의 회녹색을 메인으로, 첫물차 잎의 옅은 황록을 액센트로 잡았습니다. 강렬한 비주얼 대신 페이지 절반 이상을 의도적으로 비웠고, 스크롤이 천천히 흐를 수 있도록 섹션 간 간격을 넉넉하게 두었습니다. 한글 본문은 산돌고딕네오M 17px, 행간 1.9로 설정해 책을 펼쳐 든 듯한 호흡을 유도했습니다. 헤더의 로고 옆에는 그날의 날씨에 따라 어울리는 차 한 종을 작게 추천하는 영역을 두었는데, 이 작은 디테일이 재방문율을 17% 끌어올렸습니다.
차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진입로
사이트의 가장 중요한 페이지는 의외로 차 종류 소개 페이지가 아니라 '차 처음이세요?'라는 가이드 페이지였습니다. 차의 분류를 학문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쓴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산뜻한 커피를 좋아하시나요"처럼 일상의 취향에서 출발해 추천 차 한 가지로 도착하는 인터랙션을 설계했습니다. 이 한 페이지가 사이트 전체 체류 시간의 35%를 차지했고, 시음 키트 구매로 이어진 비율도 일반 상품 페이지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시음 한 번이 정기구독으로 이어지도록
온라인 차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전환은 '한 번 사보기'입니다. 다래는 7,900원 시음 키트(3종 소량 패키지)를 단독 상품으로 분리했고, 시음 후 14일 안에 정기구독을 시작하면 키트 가격을 환급해 주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결제 페이지는 게스트 결제를 기본으로, 카카오페이와 토스페이를 1열 배치해 모바일 전환을 우선시했습니다. 작은 마찰 하나를 줄이면 시음 키트는 충동구매가 가능한 가격대가 됩니다.
오픈 이후 — 평일 새벽 3시에도 들어온 시음 신청
론칭 첫 달 시음 키트 판매량은 기존 매출 채널 대비 4.1배로 늘었고, 그중 31%가 정기구독으로 이어졌습니다. 더 의외였던 것은 시간대였습니다. 평일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가장 긴 체류와 가장 많은 시음 신청이 발생했습니다. 잠 못 드는 시간, 잔잔한 사이트가 작은 위로의 도구가 된 것입니다. 사장님은 "새벽에 들어오는 주문 메모를 읽으면서 차를 포장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남긴 것
다래 사이트는 '판매하지 않으려 할 때 가장 잘 팔린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사진을 더 좋게, 카피를 더 강하게가 아니라 페이지의 호흡을 늦추는 결정이 결국 매출이 되었습니다. CYAN 에이전시는 작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화면 위에서 다시 듣는 일을 합니다. 만들고 싶은 사이트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사이트가 되도록, 디자인보다 먼저 톤을 설계합니다.